녹색뇨끼, 빨간뇨끼, by 오스칼


깻잎으로 야매 페스토를 만들었다고 했었다. 근데 페스토라는게 토마토 소스처럼 뭉털뭉텅 많이 쓰이지도 않아서 줄어들지 않더라. 분명하다. 내 냉장고는 무슨 마법같은 것이 있어서 식재료들이 눈치 못채게 증식하는게 분명하다. 존나 쓸데없어!!!! 또 무슨 부질없는 열정에 휩싸여서 '아아 뇨끼가 먹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파스타는 다 쉽게 구할수 있는데 (심지어 라자냐 면도) 뇨끼는 왜 이렇게 구하기 힘든건지 모르겠다. 감자 몇알을 사왔다. 뭉텅이로 쌓인 감자앞에서 말해보렴 너네 중에 누가 제일 맛있니 같은 미친소리를 하면서 아이고 내가 말했지만 웃기구나 하고 낄낄거리다 잡혀가기 전에 정신차리고 감자를 집어왔다. 여러분, 혼자 살면 이렇게 미쳐가는 겁니다. 소금을 듬뿍 넣어서 바닷물 같이 만든 물에 감자를 삶고 건져서 껍질을 벗기고 파실파실한 느낌이 될때까지 으깼다. 적당히 뭉치는 걸 봐가면서 밀가루와 달걀물을 섞어줬다. 손가락 끝이 뜨거웠다. 이런 행동력으로 사업을 했다면 지금쯤 워렌 버핏이랑 같이 와인 마시면서 '하하 요즘 돈이 얼어있는것 같지 않나요?' 이야기를 하고 있었겠지. 아이고 어머니. 포크고 꾹꾹 눌러 모양을 내려고 하니 그것도 만만찮게 된다. 에라 모르겠다 적당히 만들어서 물에 던졌다. 미안하네. 다음번에는 미슐랭 스타 쉐프 손에서 만들어지게나. 




적당히 익은 뇨끼를 건져다 반은 보관하고 (어짜피 다음날 먹을꺼니까) 반은 바질 페스토+우유+면수를 넣어 적당히 만든 소스에 넣었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먹어보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내 요리의 특징이지. 돈 내고 먹는 것보다는 훨씬 못한데 공짜라서 트집잡기 애매한 수준의 맛. 트집 잡으면 '어머 까탈스러워 나 상처받았어' 라고 할만한 미묘한 맛.




다음날에는 토마토 소스로 만들었다. 둘다 괜찮았는데 나는 토마토 소스 쪽이 좀더 좋더라. 왜냐면 시판 소스를 썼거든.







덧글

  • 피쓰 2015/02/03 19:52 # 답글

    워렌버핏 부분에서 터졌습니다. 솜씨 좋으시네요. 혼자 산지 n년이지만 요리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저도 있습니다.
    그나마 자취생활도 청산하고 곧 본가로 들어갈 예정이라 손 다 놓고 있다는 건 안 자랑입니당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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